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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미술 회화를 바라보는 우리의입장

여러분은 동양회화를 어떤 입장에서 바라볼것인가요?

곽히 조춘도 <족자 비단에 수묵담채 대북 고궁박물원>

 

 고대에 있어서의 화회란 역시 넓은 의미에서의 실용적 목적이 주된 것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런 의미에서는 세계의 다른 문화지역들과 그 기원상의 성격에 있어서는 별로 큰 차이가 없다. 선사시대의 암각화나 청동기시대에 나타난 선각화들을 보면 다분히 풍요와 다산을 기리는 성격을 띠고 있으며,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의 화회는 종교적 또는 기록적 성격을 띤 실용적 목적의 그림이 주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선사시대부터 고대까지의 회화는 생활과 직결된 입장에서 회화를 제작하였다.

 

 그러나 지혜가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회화를 단순히 실용적 목적에서만 제작하지를 않고, 그리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의 즐거움과 수양을 위해서, 즉 넓은 의미에서의 감상적 목적에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중국의 경우 이러한 경향은 이미 고대로부터 시작되었지마, 특히 송 원대부터는 본격화되었다. 이와 같은 경향은 원대부터 남종문인화가 종국회화를 주도하게 되면서 더욱두두러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늦어도 고려시대부터는 이러한 감상을 주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회화가 왕공귀족들과 선승들 사이에서 널리 유행하게 되었는데, 이런 회화의 경향이 조선시대에 이르러 크게 꽃피게 되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문인들과 선승들 사이에 자기수양을 목적으로 하여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이 때문에 다분히 사의적인 경향을 띠게 되었다고 하겠다. 즉 자연이나 사물의 외형을 충실히 나타내고자 사실적으로 그리는 이른바 형사적인 공필보다는 화가의 사상이나 철학 등의 내면세계를 그림이라고 하는 수단을 빌어 표출하려 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표현된 그림은 그것을 그린 사람을 표상한다고 볼 수가 있다. 즉 사람은 누구나 얼굴을 지니고 있고 그 얼굴은 각인의 교양이나 교육 정도, 성격 그리고 심지어 직업까지도 거울처럼 비추고 있듯이, 그림은 그것을 그린 사람의 내면을 비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훌륭한 학자의 긞은 학자다운 풍모를, 화공의 그림은 화공의 꾸밈새를 반영하게 되며, 역으로 그림을 통해 그 화가의 심성과 교양 등을 비추어 볼 수가 있다.

 

  그러므로 문인들은 자기의 작품에 자신이 올바르게 배어나오도록 신경을 썼고, 사실적 묘사보다는 사의적 표현에 보다 더 주력했다. 이처럼 문인이 사의적 경향의 그림을 그렸을 때 그의 작품이 내뿜는 기나 분위기를 문기 문자향 서권기라고 부른다. 작품이 이러한 문자향을 얼마나 내뿜느냐에 따라 그린것을 그림 문인화가의 학문이나 교양등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기나 서권기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타고난 천성과 재주 이외에 만권의 책을 읽고 천리행을 행함으로써 얻어질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즉 수많은 책을 읽어서 학문을 닦고 심성을 수양하며, 또 많은 여행을 하여 자연의 섭리를 꺠우친 후에야 비로소 자연스럽게 문기가 우러나올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이러한 연유로 문인화는 감상화 향기 그윽한 꽃이라 볼 수 있고, 또 그것의 참된 이해를 위해서는 감상하는 사람도 만권의 독서와 천리길의 여행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격조가 높은 그림일수록 감상하는 이의 안목이 높아야 참된 이해에 도달할수 있고, 또 뛰어난 안목을 갖춘다는 것은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림에 대한 이해사 때로는 어렵게 느껴지게도 된다.

 

 비단 문힌화에서만 기가 중요시된 것은 아니다. 동양회화에서는 사실적 표현 이상으로 기를 모든 분야에서 중요시하였다. 산수든 인물이든 영모든 화훼든 모든것을 표현함에 있어서 항상 기를 중요시하였다. 그러므로 모든 그림은 기 즉 정신과 생명이 깃들어 있어서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대야하는 것으로 보았다.

 

 동양화의 정신에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것을 그림에 불어 넣어 생명을 부여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현대회화를 활력이 넘치는 것으로 창조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 동양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우리는 그것이 유불선등 동양의 종교와 사상의 결합체이며 동양인이 가지는자연관의 구현체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반회화에 있어서는 유교와 도교사상이 큰 역할을 해왔다. 우리 동양인들은 유교적인 국가관과 통치이념 그리고 유교적인 도덕규범 속에 살아왔다. 이러한 유교적 측면이 정교적인 목적의 그림이나 감계적인 성격의 그림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유교는 전체주의적이며 개인을 어떤 틀 속에 억압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인간은 이것을 초탈하고 싶어 한다.  이와같은 사상적 배경하에서 일찍부터 산수화가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산수화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이러한 도가적 측면과 함께 동양인의 자연관을 잘 변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발췌 동양의 명화]